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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책배우자이혼소송 이럴 때는 가능합니다

상간자·이혼 특화 법무법인 감명 2021. 11. 19. 17:54

 

 

 

일상 생활 속에서도,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오히려 화를 낸다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마찬가지로 부부가 혼인 관계를 청산할 때에도, 이혼을 할 수밖에 없는 재판상 이혼사유를 제공한 당사자로서는 상대방에게 청구를 할 수 없습니다. 우리 민법상 유책배우자이혼소송이 원칙적으로 불허되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는 너무나도 당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쉽게 이해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본인이 함께 살고 싶지 않은 사람과 계속해서 혼인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부당하게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 본다면 쉽습니다. 스스로 바람을 피우고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오히려 적반하장식으로 혼인 해소를 요구하는 것을 허용한다면, 불합리한 결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이런 경우에도 이혼 자체는 가능합니다. 두 사람이 협의하면 됩니다. 원칙적으로 민법이 규정하고 있는 청산의 방법은 협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으며, 본인에게 잘못이 있는 이상 충분히 보상하고 설득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입니다.

 

 

 

 

 

 

이처럼 법원이 유책배우자이혼소송을 허용하지 않고 있는 근거는 바로 우리 법제가 유책주의를 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다 상세하게 말씀드리자면, 재판상 이혼을 청구하기 위한 요건은 첫째로 청구인에게 책임이 없을 것(보다 정확하게는 주된 책임이 없을 것), 둘째로 피청구인에게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을 것입니다. 유책한 사유, 엄밀하게는 민법 제840조 각 호 소정의 원인을 제공한 경우에만 일방적으로 재판을 통해 관계를 청산할 수 있도로 규정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최근에 들어서는 법무부가 파탄주의로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 위하여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헌법재판소가 유책주의의 입장을 재확인한지 오랜 시간이 흐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 법감정이 여전히 파탄주의에 반감을 표하고 있다는 점, 파탄주의를 택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제도가 정비되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른 시일 내에 주목할 만한 변화는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과연 어떠한 법제를 택하는 것이 올바른지에 대한 논의는 예전부터 있어 왔습니다. 여전히 주류를 이루는 의견으로는 유책배우자이혼소송을 허용하게 되면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게 될 뿐만 아니라, 원하지 않는 배우자를 단순한 반감 또는 심경의 변화로 축출하여 이혼하는 결과에도 이르게 될 수 있어 원칙적으로 부정하여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유책성을 불문하고 이혼을 청구할 수 있게 한다는 의미는 어떤 의미에서는 이혼 사유에 관한 민법 제840조의 규정을 무력화하는 것과 다름이 없기 때문입니다(예컨대 어느 날 남편이 미워진 아내가, 일부러 거리를 두면서 일방적으로 이혼을 통보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혼인제도는 자유의사에 기초하고 있는 바, 혼인계속의 의사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결혼생활을 지속하라고 강제하는 것이 무책임함과는 별개로 혼인제도의 본질에 부합하는가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원칙적으로 혼인 파탄의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는 이혼소송을 청구할 수 없으므로, 유책배우자라면 협의이혼 이외에 특별한 방법을 고려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대로 유책주의의 입장을 일관적으로 견지하게 될 경우 부작용이 예상되기도 하므로, 법원은 일정한 경우에 유책배우자이혼소송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예외는 소를 제기하려고 하는 입장에서도, 상대방의 청구를 방어하려고 하는 입장에서도 한 번쯤 확인해보실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혼인제도의 도덕성, 축출이혼의 가능성 등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예외적으로 법원이 허용하고 있는 것은 어떠한 경우일까요?

 

 

 

 

 

 

첫째로 가장 중요한 예외는, 바로 혼인제도 자체를 보복의 목적으로 악용하고 있는 경우입니다.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하여 일방적인 또는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로서는 그 파탄을 사유로 하여(보다 정확히는 민법 제840조 제6) 이혼을 청구할 수 없지만, 다만 그 상대방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보복적 감정이나 오기에 의하여 협의에 응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인정될 수 있다면,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이혼소송이 허용됩니다(대법원 1996. 6. 25. 선고 94741 판결). 혼인제도란 애정과 신뢰에 기반하여야 하므로 상대방으로서도 최소한 어느 정도는 그러한 가능성을 열어둔 채 계속의사를 밝혀야 하는 것이지, 전혀 그럴 의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유책배우자에 대한 증오심으로 혼인의 결속력을 무기로 사용한다면 굳이 청구를 배척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와 같은 예외는 매우 신중하게 판단되므로, 단지 상대방이 적대적이라는 등의 이유만으로는 쉽게 청구가 가능하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는 점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한편, 둘째로 이러한 경우에도 유책배우자이혼소송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바로 파탄의 전적인 또는 주된 책임자가 아닌 경우입니다. 실제로 실무상으로는 이러한 예외가 훨씬 폭 넓게 인정됩니다. 물론 청구인이 아닌 피청구인이 더 주된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라면, 애초 청구인이 유책배우자라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므로 당연한 귀결이라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누구의 책임이 더 큰지 명확히 따지기 어려운 경우라면 어떨까요? 둘 다 책임이 없다면 기각되는 것이 당연하지만, 기왕 결혼 생활이 파탄에 이른 상황에서 이혼소송이 제기되었고, 누가 주된 유책배우자인지 가리기 어렵다면 굳이 청구를 기각할 이유가 없을 것이빈다. 따라서 대법원은 혼인 파탄이 인정된다는 전제 하에서, 원고의 책임이 피고의 책임보다 더 무겁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원고의 청구는 인용되어야 한다고 판결하였는데(대법원 1994. 5. 27. 선고 94130 판결), 논리상으로 무겁지 않음이 곧 상대방의 유책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므로 책임소재를 가리기 어려울 만큼 비등한 때 또는 원고의 책임이 더 무겁다고 판단하기 쉽지 않은 때에도 청구가 인용될 수 있다는 점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